한줄평 : 이름만큼이나 재미있는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이는 선유도역 숨은 요리주점. 저렴한 가격에 콜키지가 가능하므로, 좋은 술이 있을 때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
부산의 마구로참치랩에서 알파 8을 맛보고... 입안에 잔잔하게 느껴지는 탄산 감과 생각보다 좋은 밸런스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곡물향에... 마음을 빼았겼더랬죠. 부산여행에서 돌아와서 알파 8을 열심히 검색해보니 카제 노모리 알파 시리즈가 굉장히 많더군요. 여러 글들을 읽어보고 준마이다이긴조급의 알파 2가 괜찮다는 평을 보고, 우리가 먹은 알파 8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급 일본에서 사케 직구를 하게 된 우리.... (실행력 무엇인가요?) 힘들게 손에 얻은 사케를 데리고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 선유도역 근처에 재미있는 식당을 발견하여 방문해보았습니다.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19길 3 정하 빌딩 2층
운영시간 : 매일 17:30~22:30 (매주 일요일 휴무)
선유도역 근처에 위치한 요리주점 "선유용숙"입니다. 정하빌딩 2층에 위치해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스쳐 지나갈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희가 그랬어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이렇게 와인병과 사케병으로 꾸며놓은 공간을 지나고, 바로 선유용숙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옵니다.
내부는 다찌 자리도 있고, 홀 좌석들도 있어서 생각보다 효율이 좋고 넓은 편이에요. 저희는 미리 예약을 하고 약 7시쯤 방문했는데, 거의 만석이더라고요. (사진은 사람들이 많이 빠지고 난 다음에 찍었답니다)
선유용숙의 메뉴판입니다. 요리주점이라 그런지 굉장히 요리가 다채로웠어요. 요즘 다이닝바나 이자카야에서 자주 보이는 고등어 봉초밥도 있었고요, 농어 세비체, 빠에야 등등 와인, 사케, 소주, 맥주 등 모든 주종을 커버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계셔서 (그리고 기본 평균 이상의 맛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서) 메뉴 걱정 없이 방문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저희는 약 3주? 만에 드디어.. 직구한 카제노모리 알파 2를 먹는 날이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메뉴를 골랐답니다(ㅋㅋㅋㅋ). 저녁을 안 먹고 방문한 터라.. 사케와 어울리면서도 끼니가 될만한 메뉴가 어떤 게 있을까 하다가 대게 내장 파스타 (23.0)와 모둠 사시미 (25.0)을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니 모둠 사시미가 먼저 나왔습니다. 이날의 구성은 단새우, 도미(유비끼), 청어, 훈연 삼치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냥 썰어져 나온 회가 하나도 없이 재미있는 요소를 하나씩 더 해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특히 청어는 회로 먹어본 기억이 없기도 하고, 머릿속에 바로 수르스트뢰밍이 떠올라서 저에게는 뭔가 굉장히 생소한 횟감이었거든요? 근데 선유용숙에서 사시미로 내어주셨더라고요. 그 맛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먼저 와사비를 살짝 묻혀서 돔을 먹어봅니다.. 유비끼로 껍질 부분을 살짝 익혀놓아서 훨씬 씹는 맛이 있고 좋더라고요.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횟감이 신선해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어요. 기름기 많은 생선이나 우니 등 다른 횟감의 경우에는 너무 맛있지만 오래 즐기기에 물리는 느낌도 있는데요, 흰살생선의 이 담백한 맛이 저에게는 회의 오리지널리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찰지고 담백한 게 아주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궁금했던 훈연 삼치를 먹어봅니다... 훈연향이 엄청나게 풍부해서 신기하더라고요. 삼치는 보통 구이나 찌개로 즐기지 회로 먹어본 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괜찮더라고요. 훈연을 하니 참치의 살짝 물컹거리는 식감도 보완이 되고 향이 풍부해져서 새로운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타다키처럼 겉 부분은 살짝 익혀져 있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입에 넣어서 몇 번 씹으면 곧바로 흩어지더라고요.
대망의 청어 사시미입니다.. 숙성 청어이겠죠? 위에 있는 쪽파는 자칫 올라올지도 모를 비린 향을 잡기 위한 것일 것 같아요. 청어는 뼈도 많고, 비릴 수 있어서 사시미로 먹는 경우를 많이 못 봤거든요... 그래서 걱정을 조금 했는데, 입에 넣자마자 걱정은 집으로 보내버렸습니다.😊 꼬들꼬들? 하게 느껴지는 식감도 너무 좋고,... 비린 맛도 전혀 없고, 잔뼈도 전혀 씹히지 않았어요. 횟감이 두툼하고 커서 입안 가득 씹히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클로즈업 사진은 없지만, 단새우도 엄청 녹진하고 맛있었어요. 신선하고 맛있는 단새우가 아니면, 녹진하면서도 달다는 느낌이 잘 안들 수 도있는데 선유용숙의 단새우는 찐득+녹진 하면서도 달달해서 계속 당기더라고요. 다른 사시미들이 특이해서 단새우가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었는데, 위에 캐비어를 얹어서 보기에도 좋고 식감에도 재미를 더해주셨어요. 셰프님의 센스에 박수를 드립니다.... 👏
사케는 칠링 할 수 있도록 담아주셔서 제대로 차려놓고 천천히 먹어봅니다... 사시미가 다 신선하고 맛있어서, 사케와도 너무 잘 어울렸어요. 카제노모리 알파 2는 아키츠호 쌀을 22%까지 정미해서 만든 사케인데요, 쌀의 78%를 깎아내고 나머지 22%로 만든 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많이 도정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맛이 참 깔끔하면서도, 다양한 향이 느껴졌어요. 이전에 먹었던 알파 8은 조금 직관적인 느낌(쌀 향 외 다른 산미나 과실 향? 등이 나진 않았어요) 이 강했다면, 요 알파 2는 처음엔 단맛과 알콜이 느껴지다가, 조금 지나면 뭔가 복합적인 향과 산미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밸런스가 좋은지 굉장히 부드럽게 넘어가서, 식사와 함께 즐기기에도 굉장히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웃겼던 건... 제 혀가 특이한 건지 저한테는 알파 8이 조금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아마 알파 8은 식당에서 바로 주문해서 칠링과 보관이 완벽하게 된 상태로 먹었고, 알파 2는 직구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칠링이 덜된 채로 먹어서 차이가 있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오빠는 알파 2가 더 재미있고 맛있었다고 하니 제 입이 조금 저렴한 걸로.. 하겠습니다^_<)
한참 사케와 사시미에 빠져서 이것저것 얘기하며 먹다 보니, 잊고 있던 대게 내장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실제 대게 다리살을 찢어서 위에 얹어 주셨고요, 위에 눈꽃처럼 치즈를 흩뿌려주셔서 보기에도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대게 내장을 사용해서 나오자마자 그 꼬숩한 향이 식욕을 자극하더라고요.
게장이 잘 버무려지도록 집게를 이용해서 슥슥 비벼보았습니다. 색깔도 녹진한 내장 색깔이 잘 나온 게, 너무 꼬숩고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사시미, 사케와 너무 잘 어울려서 아주 맛있게 해치웠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서비스라며 닭안심 튀김을 조금 내어주셨어요. (이렇게 서비스 주시고 그러시면... 진짜 너무 감사합니다💕) 먹는 법도 알려주셨는데, 위에 있는 레몬을 쭈욱 짜서 닭안심 튀김에 적셔서 먹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말씀하신 대로 레몬즙을 충분히 짜서 안심에 적셔먹으니.. 세상 웬걸... 정말 느끼함은 1도 없고 오히려 닭의 풍미가 훨씬 살아나더라고요. 곁들여 나온 비트 무절임도 조합이 너무 좋아서, 나오자마자 싹싹 다 먹었습니다...
선유용숙은 굉장히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면서도, 요리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여 퀄리티가 높다고 느껴지는 식당이었어요. 이미 선유도, 당산 쪽에서는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난 것 같더라고요. 저희도 나중에 다시 한번 방문해서 농어 세비체나 다른 요리들을 먹어보려 합니다. 자리가 없을 때도 많다고 하니 혹시나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인스타그램이나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콜키지 비용도 병당 1.5만 원으로 꽤 저렴한 편이니, 좋은 술을 즐길 때에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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