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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맛집, 카페/비수도권

강원도 양양 얼큰하고 깊은 국물에 마음속까지 따듯해지는 동호해변 섭국

by 벨로스터JS 202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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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강원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맛집. 섭의 바다내음과 부추의 향긋한 향에 한 번 반하고, 얼큰하고 깊은 국물에 또 한 번 반하는...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다 먹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양양에서 과연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 소문이날까? 고민하며 양양 맛집을 이 잡듯 뒤지던 우리... 생각보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는 않아서 조금 고민이 되더라고요. 양양에는 맛집이 없다.. 선포해 놓은 혹자의 글을 보기도 하고,.. 뭔가 확 당기는 곳이 없어서 고민하던 찰나에 섭국 집이 보이지뭐에요...? 강원도에서 섭국이 유명하긴 하나, 강릉에서 먹었던 섭국은 그리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기에... 조금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굉장히 리뷰가 좋았고, 전날 와인을 먹었던 터라 브런치류 보다는 역시 뜨끈~~ 한 국물이 생각이 나더군요. (역시 한국인은 한국인인가 봅니다... )

그렇게 방문한 섭국집... 그 집이 양양에서... 아니 강원도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맛집이 될 줄은 정말 몰랐더랬죠. 바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위치 : 강원 양양군 손양면 상운길 44-63
운영시간 : 10:00~20:00 (15:00~17:00 브레이크 타임) / 매달 1,3번째 월요일 정기 휴무

차를 타고 가다보면 멀리 큰 글씨로 보이는 "섭국".... 뭔가 간판을 볼 때부터 아.. 뭔가 맛집의 향기가 풍기는데? 하고 생각을 했더랍니다.. (왠지 모를 그런 느낌.. 다들 아시죠?) 아침 11시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몇몇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더라고요. 속을 뜨끈하게 해주는 음식이라 그런지 아침으로 많이들 찾으시는 것 같았어요.

내부가 굉장히 정겨워서, 마치 시골집의 어느 가게에 들어간 느낌도 났고요... 두어 테이블 정도 앉아서 TV를 시청하시면서 아침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테이블에는 섭국과 함께 참이슬이 놓여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직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 해장하면서 술이 또 들어가는 그런 맛집이겠거니...

동호해변 섭국 메뉴판

메뉴판을 살펴보니, 메인 메뉴로는 섭국과 메기 매운탕이 있습니다. 사이드 메뉴로는 메밀 전병 모듬과 모두부가 있습니다... 들어오면서 큰 간판에는 섭전을 하시는 걸로 봤는데, 안타깝게도 섭전은 없더라고요. 찾아보니 계절에 따라서 메뉴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섭 수급이 어려울 때는 섭국만 하시다가, 섭이 많이 잡힐 때는 섭전이나 다른 메뉴도 추가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렴 섭국은 계속 맛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더라고요.

저희는 메밀전병 하나와 섭국 2인을 주문했습니다. 사이드 메뉴가 또 좋아하는 음식들이어서, 하나를 안 시켜볼 수가 없더라고요. 모두부도 너무 먹어보고 싶었는데... 다음에 가면 꼭 시켜보려 합니다.

주문을 하고 얼마 있지 않은 따끈따끈한 메밀전병과 밑반찬들을 내어 주셨어요. 집 반찬처럼 수수한 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졌습니다. 무말랭이, 취나물무침, 시래기 무침, 콩나물무침, 깍두기 그리고 다진 마늘과 고추입니다. 시래기 무침은 어떻게 하신 건지 정말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하더라고요... 씹히는 맛도 너무 좋았고요. 취나물과 콩나물 무침은 간이 세지 않고, 다진 마늘과 간장, 소금으로 아주 담백하게 무치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계속해서 손이 가더라고요. 밑반찬은 역시 말 그대로 간이 세지 않고 심심해서 계속해서 손이 가는 음식이어야 하는데, 밑반찬을 이렇게 많이 집어먹은 적이 있었나 싶게 손이 갔더랍니다.

메밀전병

메밀전병은 3가지로 나옵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김치, 고기, 부추 메밀전병이에요. 한 가지 맛이 아니어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방금 구워주셔서 따끈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고기 메밀전병이에요. 돼지고기와 야채를 섞은 속이 들어있는데, 다진 청양고추를 넣으셨는지 맵싹 한 맛이 기름기를 잡아줘서 굉장히 맛있고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면이 없이 속이 꽉 차있어서, 좀 더 꽉 차는 한입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같이 나온 세 친구 중에 다른 집에서 먹는 메밀전병과 가장 다르고, 특색 있는 아이가 아니었나 싶어요.

김치 메밀전병과 부추 메밀전병도 속이 꽉 차서 굉장히 맛있게 먹었어요. 위의 고기 메밀전병보다는 조금 일반적인 맛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는 메밀전병이었습니다.

곧이어 섭국이 나와서 메밀전병과 함께 한상이 푸짐하게 차려졌습니다. 다시 봐도 너무 먹고 싶네요... 메밀전병과 섭국, 밑반찬들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어서 다시 생각해도 정말 맛있게 먹은 한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섭국

섭국의 비주얼은 이렇습니다.. 뭔가 장칼국수 같은 느낌도 나지 않나요..? 처음 한입을 딱 먹었을 때는 장칼국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국물이 훨씬 깊달까요..? 얼큰하고 개운하게 넘어가는 게... 시중에서 파는 일반 고추장을 쓰신 게 아니라, 직접 담그신 장을 쓰신 것 같았어요. 그 밍밍하고 덜덜한 맛 하나 없이 어찌나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는지... 입에 남는 텁텁함이 전혀 없더라고요.

같이 내어주신 다진마늘과 다진고추를 넣어서 먹으니, 섭국의 향이 더욱 살아나는 것 같더라구요. 마늘의 향이 세지 않아서,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국물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해주어 아주 맛있었습니다.

전분물을 푸신 건지, 밀가루가 들어간 건지 조금은 걸쭉한 느낌의 국물입니다. 큼지막한 섭은 3등분 정도로 잘라서 넣으신 것 같았어요. 평을 찾아보니 섭양이 조금 줄었다.. 하는 후기들도 있던데, 저는 개인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먹었습니다. 물론 한 숟갈 한숟갈 뜰 때마다 섭이 나올 정도로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섭국을 즐기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어요. 선명한 주황빛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씹는 맛도 좋고, 향긋한 바다내음도 잘 느껴져서 너무너무 맛있었답니다...

애초에 부추와 홍합은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라 그런지,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너무 좋더라고요. 향긋하게 풍기는 부추 향에 고소하면서도 탱탱한 홍합을 올려서 한입 먹으면.... 정말 술도 안 먹었는데 해장이 되고, 운전해야 하는데 술이 먹고 싶은... 그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결국 완벽하게 비워버린 그릇.... 밑반찬까지 남김없이 해치워버렸습니다... !



동호해변 섭국은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맛집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름에 서핑이나 해수욕을 즐기고, 기진맥진 해진 채로 와서 섭국 한 그릇 먹으면 온몸에 다시 힘이 불끈 날 것 같고, 겨울에는 추운 바람에 언 손과 몸이 따듯한 국물 한입에 스스륵 녹을 것 같은 그런 음식 이랄까요... 언젠가 양양에 가게 된다면 1순위로 가장 먼저 다시 방문하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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